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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2022 윔블던 8강 세번째 리뷰_나달 VS 프리츠

by Sulli Van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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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경기를 끝까지 보신 분 계신가요?

정말 윔블던 역사에 기록될만한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투혼을 보여줬고 많은 팬들은 감동을 받았을 겁니다.

특히, 나달은 2세트 중반 복부 근육에 통증을 느껴 메디컬 타임아웃을 사용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점이,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당당하게 마주 보며 맞서는 점이 바로 프로 테니스 선수로써의 자존심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팽팽했던 경기. 기록에 남겨지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았던 경기였다.

 

<경기 전략>

  • 나달의 기본 전략은 단순하다고 봤습니다. 스핀을 많이 건 포핸드 크로스로 프리츠의 백핸드 방향으로 스트로크 한 후, 프리츠가 리시브한 공이 짧아지거나 힘이 떨어지면 적극적인 공격.
  • 서브 게임에서는 서브 방향을 프리츠의 백핸드 쪽으로 비중을 높게 두고 리턴 게임에서는 프리츠 서브의 방향을 예측하여 T존과 와이드 존 중 한 방향은 포기하고 대신 더 강한 리턴을 노리는 것입니다.
  • 이에 반해 프리츠의 기본 전략은 수비 위주의 롱게임을 가져가고자 하면서 안정적인 크로스 샷으로 에러를 줄이고 스트로크의 각도보다는 길이에 집중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 나달과의 체력전에 자신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특이하게도 방향 전환을 위한 스트레이트 샷은 주로 포핸드 쪽에서 나왔습니다. 즉, 나달의 포핸드를 공략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것 또한 전략이었는지 아니면 백핸드의 스트레이트 샷에 자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포핸드로 방향 전환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 세트마다 초반 분위기는 나달이 가져갔으나 중반에 프리츠가 스코어를 동률로 맞추는 상황이 반복됐으며

프리츠가 동률 이후 바로 역전할 경우에는 쉽게 세트에서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후반까지 동률의 흐름이 이어질 때면 나달이 집중력을 끌어올려 세트를 가져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프리츠가 앞선다.

 

1세트

  • 경기의 시작은 나달이 좋았습니다.
  • 특히 나달의 포핸드에서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스핀이 잘 걸린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지요.
  • 프리츠는 네트에 걸리는 샷이 많을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었고, 나달은 경쾌해 보였습니다.
  • 나달은 프리츠의 첫 서브 게임부터 브레이크 하며 앞서갔습니다. 나달의 리턴 포지션은 다른 때보다 베이스라인에 가까웠는데 이번 윔블던에서는 1라운드 경기밖에 보지 못하여 이 리턴 포지션이 윔블던 대회 내내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조코비치를 상대했던 시너와 마찬가지로 프리츠 역시 2~3 게임 후 바로 경기에 집중하고 분위기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프리츠의 스트로크가 베이스라인 깊숙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서브 리턴에서의 성공률도 올라갔습니다. 다만, 프리츠는 서브 코너웍이 잘 되지 않았는데 나달이 스트레칭하며 리턴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 나달 역시 서브가 문제였는데 성공률과 코너웍 모두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 나달은 서브 리턴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하드코트나 클레이코트에서는 베이스라인 5~6미터 뒤에서 리턴하던 성향을 갑자기 바꿈에 따라 나타난 영향이라고 보입니다. 결국 모든 서브를 받으려 노력하기보다는 한쪽 방향을 선택하고 리턴에서부터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구사했습니다.
  • 어차피 프리츠도 코너웍이 잘 된 서브가 몇 개 없었기에 대부분의 경우에서 랠리를 벌였습니다.
  • 프리츠의 스트로크가 베이스라인 깊숙이 떨어지기 시작한 이후로 나달은 랠리에서 주도권을 많이 잃었으며 세트 중반. 정확히는 세트 스코어 3:1로 앞서던 상황에서 내리 5게임을 내주며 1세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프리츠는 특이하게 2nd 서브 득점률이 좋았다.

 

2세트

  • 초반 프리츠에게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찬스 상황에서 넘어지며 오히려 포인트를 내준 후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큰지 연달아 실수가 나왔습니다.
  • 역시나 나달이 브레이크를 하며 1세트와 비슷하게 초반 분위기를 가져갔습니다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는 프리츠가 따라붙는 흐름까지 똑같았습니다.
  • 세트 스코어 3:3. 나달의 3번째 서브 게임에서 갑자기 나달이 몸에 불편함을 느낀 것 같이 보였습니다. 게임을 마무리하기 위한 마지막 포인트를 남겨두고 서브에서 점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라켓에 샷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요.
  • 역시나 게임을 마치고 바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고 복부 쪽에 문제가 있는 듯했습니다. 응급처치 후 돌아왔지만 스텝을 정확히 밟지 못하더군요. 스텝이 부족하니 팔만으로 스윙을 했고 이는 파워와 스핀이 부족한 샷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힘은 더 들어가고 당연히 에러가 많아졌습니다. 악순환. 다만 공이 몸의 정면으로 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하는 포핸드 스트로크는 여전히 날카로웠습니다.
  • 이렇게 2경기 정도 지나니 랠리 상황에서는 부상 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메디컬 타임아웃 때 진통제를 맞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오히려 프리츠는 나달이 잘 움직이지 못했던 2경기 동안 경기를 압도하지 못했는데 메디컬 타임아웃 시간 동안 리듬이 깨졌던 영향이 있어 보였습니다.
  • 힘이 많이 들어가서 스트로크가 불안정해진 듯했고, 서브 리턴에서는 집중력이 약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힘없이 짧은 서브 리턴은 나달의 정면으로만 떨어져 버렸지요. 나달의 입장에서 본다면 서브 코너웍을 잘 컨트롤했고 프리츠는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 또한 프리츠는 스트로크에서 지나치게 힘을 많이 주며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했으나 에러만 불러왔습니다. 나달의 부상을 의식해서 전략을 바꾼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프리츠가 이렇듯 달라진 변수에 적응하지 못할 때, 나달은 움직임을 되찾으며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타이브레이크에 접어들기 직전,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2세트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프리츠의 엄청난 1st 서브 득점율이 눈에 띈다.

 

3세트

  • 프리츠는 멘털을 다잡고 전과 같이 안정적으로 수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이스라인에 붙이는 샷보다는 각도 큰 샷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는데 프리츠는 계속해서 스트로크의 길이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나달은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기에 말이죠.
  • 어쨌든 프리츠는 나달의 2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슬슬 백핸드에서도 스트레이트 샷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나달은 백핸드 슬라이스 비중을 상당히 많이 늘렸는데, 역시 게임 운영능력이 엄청나다고 느꼈습니다.
  • 슬라이스의 효과는

1. 신장이 큰 프리츠에게 낮은 바운드의 슬라이스는 리턴에 어려움을 주고

2. 지속적인 스피드를 낼 수 없는 나달의 몸상태에서 슬라이스는 템포를 낮추어주고

3. 슬라이스의 리턴은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지 않기에 나달은 포핸드 혹은 턴어라운드 포핸드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프리츠는 나달의 느리지만 코너웍이 잘 되는 서브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초반 브레이크를 바탕으로 편안하게 세트를 운영했습니다.

 

총 5번이나 나온 브레이크만 봐도 혼돈의 세트였음을 예상할 수 있다.

 

4세트

  • 4세트에서는 프리츠도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달의 템포에 휘말려버린 것을 아닐까 생각됩니다.
  • 이번 경기 내내 마찬가지였지만, 프리츠의 가장 아쉬운 점은 랠리 중 방향 전환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나달이 포핸드 크로스 샷에 맞서 프리츠는 방향 전환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똑같이 크로스 샷으로만 대응했습니다.
  • 아무리 백핸드가 강력한 선수라도 포핸드와의 맞대결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나달의 포핸드라면, 백핸드 스트로크가 강하지 않은 프리츠의 백핸드라면 뻔히 결과가 예상됩니다.
  • 프리츠는 나달의 포핸드와 대결했을 때는 대부분 졌지만 백핸드와 대결했을 때는 대부분 승리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3세트에서 잠깐 보였던 프리츠의 백핸드 스트레이트 샷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 4세트의 경기 흐름은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서로의 서브 게임, 각자 리턴 게임에서 오히려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달은 점프를 제대로 못하고 쳐야 하는 서브가 아닌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리턴 게임이 더 편해 보였고 프리츠는 스피드가 떨어진 나달의 서브 덕분에 부담이 덜해 보였습니다.
  •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나달의 집중력은 어렵지만 세트를 가져올 수 있게 했고 프리츠는 나달의 포핸드에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무너졌습니다.

 

나달의 압도적인 기록.

 

5세트

새벽 2시를 넘어가며 저는 졸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양해 바랍니다.

  • 5세트에서 나달은 서브 스피드도 부상 전과 비슷하게 올라왔고 움직임도 부상의 여파는 없는 듯 보였습니다. 경기를 하며 몸이 부상에 적응한 모양새였습니다. 예전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도 복부 쪽 부상을 가지고 대회를 시작했지만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었죠.
  • 나달이 몸상태를 회복하며 경기는 압도적으로 나달 쪽으로 기울 수 있었지만, 프리츠는 꾸역꾸역 서브 게임을 방어해갔습니다.
  • 이번 경기 프리츠 서브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코너웍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피드가 잘 나오더라도 코너웍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리턴은 메이드 될 것이며 랠리가 시작되고 나서는 나달의 포핸드 컨디션이 너무 좋았습니다.
  • 경기 전체적으로 프리츠의 서브가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게임 중 한두 번씩 터지는 빅 서브 덕분에 나달의 포핸드에 밀리면서도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 나달이 먼저 브레이크를 했고 서브 게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이대로 끝나겠다 싶었지만 프리츠가 다시 한번 불씨를 되살려냈습니다. 물론 그 불씨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고 다시 나달의 포핸드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타이브레이크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 타이브레이크에서는 프리츠의 멘털이 터져 버린 것이 느껴졌고요.

 

<경기 정리>

경기를 관통하는 한마디는,

"나달의 환상적인 포핸드에 끌려다니는 프리츠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번 경기에서, 양 선수 모두의 플레이에서 유일하게 일정하면서 높은 수준을 보인 기술은 나달의 포핸드뿐입니다.
  • 나달의 포핸드를 공략하려는 듯한 프리츠의 스트로크는 잘못된 전략 혹은 선택으로 보이고 어쩌다가 좋은 서브가 나올 수 있고, 어쩌다가 베이스라인 깊숙이 떨어지는 샷으로 나달을 당황시킬 수 있었겠으나 경기 내내 일정한 수준을 보일 순 없었습니다.
  • 나달은 2세트 부상 직후의 서브 게임을 잘 방어하며 결국 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던 점이 부상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생각되고 부상 후 서브가 더 잘 들어가서 오히려 더 쉽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보입니다.

 

<나달 부상에 대한 인터뷰>

나달은 인터뷰에서 부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Tomorrow I’m going to have some more tests,” he said.

“But difficult to know. It's obvious that I am a player who had a lot of things in my tennis career, so I am used to have things and I am used to hold pain and to play with problems.

Knowing that, when I feel something like I felt, that is because something is not going the proper way in abdominal.

“But let's see. It's obvious that today is nothing new.

I had these feelings for a couple of days. Without a doubt, today was the worst day.

Have been an important increase of pain and limitation. And that's it.

“I managed to win that match. Let's see what's going on tomorrow.”

간단하게 요약하면,

"내일 몇 가지 부상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하고 결과를 보자.

부상은 경기를 어렵게 만들지만 며칠 전부터 이미 기미를 보였었고 부상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기에 특별히 새롭고 예상치 못한 문제는 아니다."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에서 나달은 팀과 가족 등 주변인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5세트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다음 경기도 가능할 듯싶지만 우선은 나달의 말대로 검사 후 결과를 봐야 하겠습니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준 두 선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나달은 4강 키리오스와의 경기, 프리츠는 다음 대회에서 더욱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생각보다 박빙의 경기 기록입니다.

 

가린과 키리오스의 경기에서는 키리오스가 승리했습니다.

3세트로 끝난 경기임에도 대등한 기록이 보입니다.

나달 VS 프리츠 경기보다 늦게 시작해서 더 일찍 끝나는 바람에 경기를 볼 수 없어서 어떠한 코멘트도 못하겠네요.

다만, 키리오스는 4라운드 풀세트 경기로 걱정됐던 체력을 8강에서는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나달과의 4강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입니다. 

 

 

다음 포스팅은 4강 프리뷰가 될 것입니다.

어차피 오늘은 남자부 경기가 없으니, 내일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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